이름 짓기의 논리: 브랜딩과 SEO 사이의 줄타기
Brewed on 2025년 11월 23일
개발자의 언어 vs 기획자의 언어
웹사이트를 만들다 보면 필연적으로 이름 짓기(Naming) 딜레마에 빠진다. 특히 개발자로서 익숙한 용어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브랜드의 색깔 사이에서 갈등이 생긴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나는 사이트의 주요 페이지 이름들을 대거 수정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나름의 기준, Matcha Logic만의 명명 규칙을 기록해 본다.
고민 1: Stack인가, Ingredients인가?
내 장비와 도구들을 소개하는 페이지의 원래 이름은 Stack이었다. 개발자들에게는 ‘Tech Stack’이라는 말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Matcha Logic이라는 브랜드 관점에서 보면 ‘Stack’은 너무 차갑고 딱딱했다.
나는 이곳을 ‘차를 우려내는(Brewing) 공간’으로 정의했다. 그렇다면 도구들은 ‘쌓여있는 더미(Stack)‘가 아니라 ‘맛을 내기 위한 재료(Ingredients)‘여야 했다.
- 결정: 파일명과 URL 모두
/ingredients로 변경. - 효과: 방문자는 주소창만 봐도 이 페이지의 컨셉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고민 2: Blog인가, Brewing인가?
가장 큰 고민은 블로그 메인 페이지였다. 메뉴명은 ‘Brewing’이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실제 URL 주소(href)를 /brewing으로 바꿀 것인가?
여기서 나는 웹 표준(SEO)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 검색 엔진 관습: 구글 봇은
/blog라는 경로를 보면 “아, 정기적인 포스팅이 올라오는 곳이구나”라고 즉시 이해한다. - 사용자 입장 고려: 방문자들 역시 URL에
blog가 포함되어 있을 때 조금 더 쉽게 이해한다.
그래서 “표시는 감성적으로 하되, 주소는 표준을 따르자”는 타협안을 냈다.
- URL:
/blog(표준 유지) - Menu Label:
Brewing(컨셉 유지)
고민 3: Tags인가, Flavors인가?
태그 모음 페이지는 브랜딩을 택했다.
/tags는 기능적인 분류에 불과하지만, /flavors는 블로그가 제공하는 다양한 맛(취향)이라는 스토리를 담는다.
재료(Ingredients)가 있다면 당연히 맛(Flavors)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적 연결성도 한몫했다.
결론: 리다이렉트(Redirect)라는 안전장치
이름을 바꾸는 건 쉽지만, 그로 인해 깨진 링크들이 생기면 안 된다.
Cloudflare Pages의 _redirects 기능을 활용해 옛 주소(/stack, /tags)로 들어온 손님들을 새 주소로 정중히 안내(301 Redirect)하도록 설정했다.
/stack /ingredients 301
/tags /flavors 301
이름 하나를 짓는 데에도 논리가 필요하다. 너무 감성에 치우쳐 사용성을 해치지 않고, 너무 기술에 매몰되어 개성을 잃지 않는 것. 그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즐겁다.